밤 9시, 10시 김천의 심야 상권은 어떨까?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 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이른 귀가가 일상이 되어 회식‧음주 문화에 변화가 많다. 물가도 가파르게 치솟는 탓에 24시간 심야 영업은 이제 '옛말'이 됐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천의 상권 심야 상권이 움츠러든 것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되었지만 밤 늦게까지 가게 불을 밝혀주던 손님이 실종되면서 김천의 상권이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
심야의 김천 상권은 어떤지 돌아보았다. 대표적인 상권인 부곡맛고을, 평화로상가로, 이마트 맞은편 신음동 상권, 율곡동 상권까지 밤 9시부터 10시 사이에 돌아보았다.
▶ 부곡 맛고을
평일 오후 10시쯤 찾은 부곡맛고을 거리는 너무나 한산했다. 10시쯤이면 식사후에 2차 술자리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다. 매장마다 간판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야 하는데 상당수의 매장들이 불이 꺼져 있고, 몇 개의 가게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불이 켜져 있는 상가는 몇가게 되지 않았다. 불이 켜져 있는 조개랑새우랑 2가게에 들어서니 몇 분의 손님만이 식사를 하고 있며,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영업을 그만두고 간판 불이 꺼져 있는 상가도 눈에 띈다.
부지런히 테이블을 닦고 정리한 조개랑새우랑2 권오성 대표는 10시쯤 슬슬 마감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5시부터 새벽까지 영업을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권오성 대표는 “평일 10시가 되면 부곡맛고을에 손님이 끊긴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은 그나마 낫지만, 예전처럼 영업시간을 넘어서까지 남아 있는 분들은 거의 없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위축과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손님들의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도농복합도시의 경우인 김천은 농번기의 경우는 더욱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평화상가로
김천의 가장 번화가였던 곳이 김천역 주변이었다. 하지만 상가의 이동도 있고, 인근에 아웃렛 매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손님이 줄고 있는 상태이다.
오후 8시 이후, 해지는 시간이면 평화상가로에는 사람의 발길을 찾아볼 수 없다. 평화상가로 회장을 맡고 있는 올리비아 하슬러 대표인 김서현 회장은 8시만 되면 대부분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종료하고 있다.
고유가, 고물가, 최저임금 상승은 물론 전기세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두는 것이 손해라며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며 김 회장은 원도심의 상권에 대해 많은 고민에 빠져 있다.
불 켜져 있는 상가는 거의 24시간 편의점 뿐이다. 편의점 간판만이 깜깜한 거리를 밝히고 있으나 한산해도 너무 한산해 손님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천역 앞에 상가에는 임대 매매 안내문이 부착된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김서현 대표는 “통합보건타운의 빠른 완공, 중앙초와 김천초의 통합으로 학교 부지를 활용한 아파트 등 젊은층을 위한 주거공간 등 확보방안, 비어있는 상가를 활용한 젊은층의 취미· 문화공간(동아리방 등) 제공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원도심의 상권이 어려워지고 있으나, 김천역이 새롭게 변화되고 KTX 열차가 서게 되면 좀 더 좋아질꺼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래도 원도심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시기가 되었다”고 했다.
아울러 주차장 확보, 주차단속 시간의 유연화, 특히, 현재 철도시설공단에서 관리 중인 김천역 주차장을 시민과 상가 고객들이 더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방안 마련,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한 유동 인구 유입 방안 등을 제시했다.
▶ 신음동 이마트 맞은편 상가
현재 원도심에서 가장 핫한 상권이라면 이마트 앞 상권이다. 가장 젊은 고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의 밤은 다른 상권과 다르게 밤을 밝히는 간판들로 반짝였다.
신음동 상권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 2차 맥주전문점, 노래방, 야구장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상권이 구성되어 있다. 밤 10시가 넘은 상황에도 삼삼오오 젊은 고객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쌓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맥주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평일보다는 주말이 더 낫긴 하지만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는 젊은 층의 손님들이 많아 그렇게 많은 변화가 없이 꾸준히 야간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곳이긴 하다. 하지만 젊은 층이 찾는 상가에는 손님이 늦은 시간까지 있지만 40대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가에는 이른 시간에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침체되니 40~50대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저녁 8시에만 반짝 바쁘고 이후에는 손님이 없어 11시가 넘으면 사실상 마감이다"라며 "회식해도 예전처럼 늦게까지 하지 않고 빠른 귀가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에서 만난 손님은 "젊은 층들은 딱히 경기를 타지 않는 것 같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기는 하지만 직장인들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늦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로 회식도 1차에서 마치거나 술보다는 가볍게 차 한잔이나 스크린 골프, 볼링, 당구 등 취미활동으로 마무리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 율곡동 상가
율곡동 상가도 다른 상권보다 밤이 밝았다. 밤 11시 가까운 시간인데도 많은 손님들이 식당, 맥주전문점, 아이스크림 가게까지도 손님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율곡식자재마트 맞은편 율곡스퀘어 상가에는 많은 손님들이 늦은 시간까지 상가에서 술을 기울이고 있고, 젊은 고객들은 젊은 층이 많이 찾고 있는 맥주집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 더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율곡동 상권은 젊은 층도 많고, 공공기관 직원들도 많다 보니 상권이 좀 더 활성화 된 것은 맞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권이 침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게의 수익이 지난해 보다 30%정도 줄어들었고, 주변에 상가 대표님들과 이야기하면 다들 코로나19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3년 동안에 사람들의 빠른 귀가에 대한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를 해야 하는 4050세대의 지갑이 닫히고 있어 상권 활성화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