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는 한때 ‘대한민국 조경대상’을 휩쓸며 전국이 인정한 조경도시였다. 정부와 조경학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전국 250개 광역·기초자치단체와 120개 정부 투자·산하기관 등 370개 기관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 도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직지문화공원·조각공원·자투리땅 소공원 등 250여 개 공원을 조성하고, 160㎞에 달하는 간선도로를 꽃길과 인공폭포로 꾸몄다. 문화예술회관과 종합스포츠타운 등 주요 기반시설도 지역 역사와 경관을 살려 지어졌고, 하수종말처리시설을 지하화해 환경공원과 어린이교통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등 세세한 관리로 대통령상까지 수상했다. 김천은 ‘전국 대표 조경도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김천은 과거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가로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시내 주요 도로에는 그늘이 거의 없고, 군데군데 심어진 나무조차 절반 이상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기형적으로 변형됐다. 원도심은 사실상 가로수가 사라진 상태에 가깝고, 김천문화예술회관 주차장 주변 벚나무들은 여름철 그늘조차 제공하지 못한다. 오랜 관리 부실과 통일성 없는 식재가 도시 이미지와 보행 환경을 동시에 갉아먹고 있다.
도시의 가로수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폭염 완화, 대기질 개선, 보행 안전, 도시 품격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특히 올해처럼 유난히 긴 폭염이 이어질수록 그 필요성은 더 커진다. 나무 한 그루가 주변 기온을 3~7도 낮추고 습도를 9~23% 높인다는 과학적 결과는 이를 잘 증명한다.
유럽 도시들은 가로수를 도시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관리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50~100년 단위의 가로수 수령 계획과 개체별 식별번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도로 확장이나 개발 때도 무분별한 벌목을 피하고 필요 시 보식(補植)으로 경관을 유지한다. 비스바덴은 ‘빌헬름 거리’를 양버즘나무 터널로 만들어 도시 상징으로 키웠고, 가로수 아래 벤치는 시민과 관광객의 쉼터가 됐다.
무엇보다 단양군의 복자기 가로수길은 20년 넘는 세심한 관리로 독특한 버섯형 수형을 완성해 전국적 명소가 됐다.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이 관광 자원으로 성장했고, 도로 자체를 하나의 문화경관으로 승화시킨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제 김천은 더 이상 늦출 여유가 없다. ‘전국 최고의 조경도시’라는 자부심은 이미 빛이 바랬고,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완전히 뒤처질 것이다. 가로수는 도시 브랜드의 얼굴이자 시민의 일상적 안전망이다. 김천시는 지금이라도 ‘가로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수종 선정, 식재 간격, 전정 방식, 관리 주기를 표준화하고 장기적 관리 체계를 세워야 한다. 개체별 식별 관리와 데이터화를 통해 제때 관리하고, 보행 중심 도로 혁신으로 나무가 건강히 자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천은 이제 ‘가로수를 심는 도시’에서 ‘가로수를 키우는 도시’로 변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식재와 단기적 성과에 머문다면 ‘전국 대표 조경도시’라는 타이틀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지금이 변화를 선택할 마지막 기회다. 더 이상 주저하면 김천의 거리는 그늘을 잃은 회색 열섬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시민여러분은 김천시의 현재 가로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