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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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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또한 풍경이 되는 순간

능여계곡에서 만난 설날의 기운

기사입력 2026-02-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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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은 숨기지 않는다. 나무는 잎을 내려놓고, 바위는 그대로의 시간을 드러내며, 계곡은 얼음과 물을 함께 품은 채 묵묵히 계절을 건넌다.

 

 


김천 시민에게, 그리고 산을 찾는 이들에게 백두대간의 중심에 자리한 황악산은 단순한 산을 넘어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감싸주는 정신적 버팀목이다. 설날 연휴에 찾은 능여계곡은 들어서는 순간 마음을 맑게 한다. 비워낸 자리에서 오히려 충만함이 느껴지고, 내려놓았기에 더 또렷해진 풍경이 새해의 시작처럼 담담하면서도 단단하게 펼쳐진다.

 

 


계곡에 남아 있던 눈은 서서히 녹아내리고 얼음은 몸을 풀며 다시 흐름을 되찾고 있다. 바위를 돌아 흐르는 물은 멈춘 적이 없었다는 듯 낮은 소리로 봄을 부른다. 가지를 비운 나무들은 햇빛을 향해 서 있고, 계곡은 그 사이에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의 겨울은 차갑지만 정직하다. 감추지 않고,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도 생명의 움직임을 놓지 않는다. 얼어붙은 폭포 아래에서도 물은 흐르고, 고요한 협곡 속에서는 바람이 다음 계절의 문을 두드린다. 겨울과 봄이 맞닿아 있는 이 자리에서 능여계곡은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설날, 우리는 무엇을 더하려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겨울산은 말없이 일러준다. 쌓아두면 무거워지고, 비워낼수록 다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능여계곡을 걷다 보면 얼음 아래 흐르는 물소리가 멈춰 있던 생각을 깨우고, 우리는 지금 이 겨울을 지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설날은 그 흐름처럼 지난 해의 무게를 녹여내고 다가올 봄을 맞이할 힘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황악산의 겨울계곡은 지금, 계절의 경계에서 가장 힘 있는 장면을 펼쳐 보이고 있다. 반짝이는 얼음과 맑은 물, 백두대간의 정기를 품은 묵직한 바위와 고요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설날, 겨울이 지나기 전의 겨울을 이렇게 만나는 일.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해의 출발은 한층 가벼워질 수 있다. 능여계곡에서 사람 또한 풍경이 되는 순간, 우리는 비워내는 용기와 함께 다시 아름다운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에디터 : 梨泉 金允鐸








 

김대중 기자 (korea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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