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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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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눈의 고요

사명대사공원의 흰 풍경

기사입력 2026-02-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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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 김천을 덮은 눈은 이내 녹아내렸지만, 황악산 자락 사명대사공원에는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었다. 사라지기 전의 눈은 말없이 공간을 덮으며, 계절이 건네는 깊은 숨결을 보여주었다.

 

 


24일 김천에는 대설주의보가 발령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약 12cm 안팎의 적설량을 기록하며 도시는 순식간에 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오랜만에 내린 함박눈은 도심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고, 거리와 지붕, 나무 위에는 겨울 특유의 정취가 소복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눈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25일 기온이 오르자 도심의 눈은 빠르게 녹아내렸고, 시민들은 잠시 스쳐간 겨울 풍경을 아쉬움 속에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황악산을 끼고 있는 사명대사공원은 차가운 산의 기운을 품은 공간이 되어 아직 눈이 남아 설경의 장관을 연출했다. 전통 건축의 지붕 위에 내려앉은 눈은 단아한 선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고, 물레방아와 정원, 항아리와 돌계단 위에 쌓인 흰빛은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이른 새벽의 공원은 한층 더 맑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전, 눈은 소리 없이 공간을 덮고 있었고, 나무 사이로 스며든 빛은 설경 위에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빠르게 녹아내릴 것을 알기에, 그 순간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를 카메라에 담아 시민들에게 전하는 이유도 바로 그 덧없음 속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이번 눈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도 남겼다. 건조했던 대지를 적시며 산불 위험을 낮추었고, 건조주의보 해제로 이어지며 봄을 앞둔 자연 생태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겨울 끝자락에 내린 눈은 자연을 잠시 쉬게 하고,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숨 고르기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현재 사명대사공원의 눈도 빠르게 녹고 있다. 하지만 잠시 머문 이 설경은 시민들에게 겨울의 깊이를 다시 느끼게 했고, 계절의 흐름 속에서 자연이 전하는 조용한 위로를 남겼다. 사라진 눈 위로 봄은 다가오고 있지만, 그날의 흰 풍경은 오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김대중 기자 (korea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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