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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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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면은 맨흙, 계곡물은 국도로…

재해예방 공사의 민낯

기사입력 2026-03-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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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재해예방 공사가 현장에서는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며 시행한 사방·사면 안정 공사는 정작 현장에서 구조적 안전성과 장기 내구성, 배수 처리 등 방재시설의 핵심 요소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재해예방 시설은 집중호우와 토석류에도 버텨낼 수 있어야 하지만 일부 현장은 태풍 한 번에도 견디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허술했다.

 

 


농촌 주택 뒤 산사면 공사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부터 빠져 있었다. 토사 유출을 막겠다며 옹벽과 마대를 쌓았지만 사면은 맨흙 상태로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사면 안정 공사는 절개 이후 식생 복원과 표면 보호까지 이어지는 것이 기본이다. 종자 분사나 식생 매트 등 표면 보호 없이 흙만 다져 놓으면 비 한 번에 표토가 쓸려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재해 예방을 명분으로 주택 뒤 대나무밭을 제거하고 공사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토사 유실 위험을 더 키운 구조가 됐다면 이는 공사가 아니라 위험을 오히려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도변 계곡부에 설치된 소규모 사방시설도 문제였다. 외형은 사방댐처럼 보이지만 실제 규모는 깊이와 폭이 1미터 남짓에 불과했다. 큰비에 떠내려오는 토사와 돌, 유목을 받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사방시설은 상류에서부터 토사의 속도를 줄이고 퇴적 공간을 확보하는 단계적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 시설은 방재 기능보다는 무언가 설치했다는 흔적에 가까웠다.

 

특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배수 구조다. 현장에서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별도의 유도수로나 분산 구조 없이 그대로 도로 방향으로 흘러내리도록 돼 있었다. 산에서 모인 물을 국도 쪽으로 바로 떨어지게 만든 공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집중호우 시 토사와 물이 도로로 밀려들면 차량 미끄럼과 낙석, 배수구 폐색 등 2차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재해를 막겠다며 만든 시설이 도로 위 새로운 위험을 만드는 구조라면 이는 예방공사가 아니라 위험을 도로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재해예방 공사는 특정 지점 하나를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산 전체의 물길과 토사 이동, 상류와 하류의 연결, 그리고 도로와 주택의 위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시설을 두고 산림 부서 소관”, “도로 부서 업무라는 식으로 책임을 나누는 사이 정작 현장의 위험은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토사는 행정 부서를 구분하지 않는다. 재해예방 역시 부서의 경계를 넘어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재해예방 사업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공사는 끝났지만 안전은 남지 않는 경우다. 내 집 뒤 산사면이고 주민들이 매일 오가는 도로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이렇게 설계하고 이렇게 시공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해 예방이라는 이름을 붙인 공사가 예산 집행 기록만 남기고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 공사는 이미 목적을 잃은 것이다.








 

김대중 기자 (korea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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