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지역 사회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 자치를 이끌어가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산하 행정단체와 관변단체 및 민간단체들이 양적 팽창 뒤에 숨은 심각한 '인력 돌려막기'와 '조직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통장협의회, 새마을회, 주민자치위원회, 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 자유총연맹, 체육회, 방위협의회, 보장협의체 등 읍·면·동별로 활동 중인 주요 단체만 15여 개가 넘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는데 단체만 늘어났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김천시 상당수 읍·면·동의 관변·자치단체 명부를 보면 동일한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한 지역 주민이 이통장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회, 체육회 등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큰 문제는 '단체장의 타단체 중복가입 및 겸직'이다. A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 B단체의 부회장이나 고문, C단체의 이사로 활동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각 단체는 설립 목적과 기능이 명확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 인물들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단체 고유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으며 단체의 독립성과 위상이 실추되고 있다.
또한, 행정력과 예산 낭비 및 행사 동원의 한계도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 행정복지센터에서 주관하는 행사나 봉사활동에 동원되는 인원이 사실상 동일하다 보니, 같은 사람이 옷만 바꿔 입고 참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현실이다.
이렇게 특정 기득권 인사를 중심으로 조직이 독점되다 보니 귀농·귀촌인이나 젊은 세대가 지역 자치활동에 참여할 공간이 사실상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특정 인사가 여러 단체의 권력을 쥐면서 단체 간 예산 배분이나 주도권 싸움이 개인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져 지역 사회 분열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고 읍·면·동 관변단체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김천시와 각 단체 연합회의 과감한 결단과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김천시 조례 및 각 단체 정관 개정을 통해 동일인이 2개 초과 단체에 중복 가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특히 '타 단체장을 맡고있는 경우 타 단체의 임원(회장·부회장·총무 등) 겸직을 금지'하는 등의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
또한, 유사한 봉사 활동이나 지역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 간의 사업을 일원화하고, 필요시 통합을 유도해야 한다. 단체 수 늘리기식 행정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활동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장기 집권으로 인한 사조직화를 막기 위해 단체장의 임기를 엄격히 제한(연임 제한 등)하고, 청년층과 귀농·귀촌인을 위한 신규 회원으로 할당하는 제도 등을 의무화하여 인적 쇄신을 도모해야 한다.
보조금이나 운영비가 지원되는 단체의 경우, 회원 명부와 실제 활동 인원의 중복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유령 회원이나 중복 임원이 다수인 단체에 대해서는 행정 지원 및 보조금을 감액하는 등 강도 높은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김천시의 읍·면·동 자치단체들은 지역 발전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명의 대여'식 회원 확보와 '단체장 돌려막기'가 계속된다면 주민들의 신뢰를 잃고 행정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외형적인 단체 수 늘리기를 멈추고, 건강한 인적 순환과 단체 본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구조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