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살 때 도로에 접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될까요?
토지개발을 검토하다 보면 “도로가 있으니까 개발하는 데 문제없겠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로가 있느냐보다 그 도로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등기부등본까지 검토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실제 경매 농지가 바로 그런 사례였습니다.
대한민국 토지를 가장 현실적으로 분석하는 으뜸토목설계사무소 김동완입니다.
■ 감정가 27억 → 최저가 9억,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
이번에 살펴본 토지는 청주시 청원구 주중동에 위치한 농지입니다.
주변을 직접 가보면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들어서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개발 여건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경매 내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체 면적 : 6,848㎡(약 2,000평)
감정가 : 약 27억 원
최저가 : 약 9억 원
용도지역 : 도시지역·자연녹지지역
비행안전 제6구역
현황도로 폭 : 약 6m
도로 지목 : 도로
아스콘 포장도로
감정가와 비교하면 최저가가 약 66% 낮아진 상황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현장 여건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도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 토지개발, 도로만 접해 있다고 끝이 아닙니다
토지를 검토할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도로입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합니다.
“이 도로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이것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토지에 연결된 도로는 현황상 폭 약 6m의 아스콘 포장도로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일반적인 도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 갑구를 확인해 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권리관계가 훨씬 복잡했습니다.
■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더니 공동소유자가 40명 이상
처음에는 도로 소유자가 한두 명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40명이 넘는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도로였습니다. 관련 등기부등본만 약 31장을 출력해 검토했습니다.
등기 내용에는 개인 공유자뿐 아니라 청주시 지분 일부 압류, 신협 관련 대위등기, 입주자대표회의 등 여러 권리관계가 얽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토지를 매입하기 전에 반드시 도로의 법적 성격, 소유관계, 사용권원 및 실제 인허가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사유지인 도로를 이용해 건축허가나 개발행위허가 등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토지사용승낙 등 사용권원 확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지목이 도로다 → 포장이 되어 있다 → 차량이 다니고 있다 → 그러니 개발할 수 있다’
이렇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도로의 현황과 법적 성격, 소유권, 건축법상 도로 여부, 허가 조건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토지 계약 전 도로 소유권은 어떻게 확인할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첫 번째는 토지이용계획과 지적도를 통해 진입도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해당 도로의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실제 소유자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개발하려는 목적에 맞춰 건축허가·개발행위허가 과정에서 해당 도로를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입니다.
특히 공유자가 여러 명인 사유도로라면 단순히 “현재 사람들이 다니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은 토지를 계약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렇다면 이 땅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번 토지는 자연녹지지역으로 주변에 이미 전원주택단지 등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자연녹지지역은 관련 법령과 해당 지자체 조례, 개별 입지조건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며 건폐율 등의 제한도 확인해야 합니다.
입지만 놓고 본다면 전원주택뿐 아니라 여건에 따라 근린생활시설 등의 활용 가능성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매점, 휴게음식점, 동물병원·동물미용 관련 시설 등 주변 주거수요와 연결되는 시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야영장시설 역시 입지와 개별 법령상 허용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활용방안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도로와 권리관계입니다.
아무리 활용가치가 높은 땅이라도 실제 인허가 과정에서 진입도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획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토목설계사가 보는 이 땅의 최종 판단
여러분이라면 감정가 약 27억 원에서 최저가 약 9억 원까지 떨어진 이 땅을 매입하시겠습니까?
저라면 신중하게 접근하겠습니다.
가격만 보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의 공동소유자가 많고 권리관계도 복잡하기 때문에 매입가격만 보고 판단할 토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경매든 일반매매든 제가 토지를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싼 땅보다 중요한 것은 왜 싼지를 아는 것입니다.”
싸게 나온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아무리 싸더라도 신중해야 합니다.
■ 토지 계약 전 이것만은 확인하세요!
도로가 있는가?
→ 현황도로와 지적도 확인
도로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 등기부등본 갑구 확인
사유도로인가?
→ 사용권원 및 인허가 가능 여부 확인
공동소유자가 많은가?
→ 권리관계와 실제 협의 가능성 검토
내가 원하는 개발이 가능한가?
→ 용도지역·도로·농지·개발행위·건축허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토지는 계약한 다음 문제를 찾는 것보다 계약하기 전에 문제를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청주 사례를 분석했지만 도로 소유권 문제는 전국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음 ‘대한민국 산업도시 시리즈’에서도 청주의 또 다른 실제 토지를 가지고 현장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토지를 가장 현실적으로 분석하는 으뜸토목설계사무소 김동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