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억원을 들여 건립한 김천시 증산면 무흘구곡전시관이 이용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년 2억원이 넘는 운영·관리비가 투입되고 있어 시설 운영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주말을 맞아 현장을 확인한 결과 넓은 주차장에는 차량이 한 대도 없었고 전시관에도 관람객이 없었다. 전시실에는 냉방시설만 가동되고 있었다. 현장 방문자 명부에는 9월 들어 방문객이 3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김천시시설관리공단이 김천시의회에 보고한 올해 이용객은 약 800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 방문자 명부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실제 전시 관람객과 화장실 이용자, 단순 출입자 등을 어떤 기준으로 집계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연간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인 만큼 이용객 집계부터 객관적이어야 한다.
전시관은 건립에 120여억원이 투입됐지만 직원 인건비를 비롯해 승강기와 전기·소방안전관리, 무인경비, 냉·난방, 시설관리 등에 매년 2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이용객이 없어도 건물을 유지하는 한 계속 발생하는 고정비용이다.
공간 활용도도 낮다. 2층 상당 부분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고 관광상품 판매공간인 ‘무흘점빵’도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외공연장 역시 올해 공연 실적을 찾기 어렵다. 올해 운영한 어린이수영장도 주말 이용객이 많아야 하루 10여명 수준으로 알려져 안전요원 2명을 비롯한 운영인력과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관 이후 관람객 부족과 공간 활용 문제가 계속 제기됐고, 2023년 김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도 현장을 찾아 “전시관 활용도가 예산 대비 저조하다”고 지적하며 관광콘텐츠 개발과 활성화 방안을 주문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프로그램 몇 개를 추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시관의 기능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증산면에는 무흘구곡이라는 뛰어난 자연관광자원이 있다. 여름철이면 계곡을 찾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문제는 계곡 관광
이 여름 한철에 집중되고, 무흘구곡을 찾은 관광객이 굳이 전시관까지 찾아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하기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무흘구곡전시관을 살리려면 ‘무흘구곡을 설명하는 곳’에서 벗어나 외지인이 이곳을 찾아올 이유가 있는 목적형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산면과 김천에 연고가 있는 화가·문학가·역사인물 등을 발굴해 미술관이나 문학관, 인물기념관 기능을 접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역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과 문학관이 작품 전시와 기획전,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하면서 그 자체로 관광 목적지가 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무흘구곡이라는 자연경관에 문학과 미술, 기업인,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결합한다면 여름철 계곡 관광에 머무르지 않고 사계절 찾을 수 있는 문화관광 공간으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비어 있는 2층 공간과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야외공연장도 이러한 기능과 연계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시설을 또 짓거나 막대한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미 120여억원을 들여 건물을 만들어 놓은 만큼 있는 공간을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역 연고 인물과 콘텐츠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관광수요 분석도 선행돼야 한다.
당초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어떤 관광수요를 근거로 120여억원 규모의 시설을 계획했는지, 예상 방문객과 운영비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개관 이후 지금까지 총 얼마의 운영비와 추가 사업비가 투입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천시의회 역시 2023년 이미 낮은 활용도를 지적했던 만큼 이후 무엇이 개선됐고 투입된 예산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120여억원을 들인 무흘구곡전시관을 이제 와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람이 찾지 않는 전시관을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수억원을 들여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무흘구곡전시관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활성화 사업’이 아니다. 여름 한철 무흘구곡을 설명하는 전시관에서 벗어나, 외지인이 사계절 일부러 찾아올 이유가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바꾸는 결단이다.